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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落花), 귀촉도(歸蜀途)

treepap 2009. 12. 20. 15:14

낙화(落花)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 주렴(珠簾) = 구슬을 꿰어 만든 발

성기다 ↔ 배다

스러지다 = 나타난 형체가 한층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 사라지다

귀촉도 (歸蜀途) = 두견이, 자규(子規)

미닫이 = 옆으로 밀어 여닫는 문

우련하다 = 보일듯 말듯 희미하다

저어하다 = 두려워하다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눈물 아롱 아롱

피리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西域) 삼만리(三萬里)

흰 옷깃 여며 여며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三萬里),

 

신이나 삼아 줄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 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하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아

 

* 진달래 = 두견화(恨의 이미지)

  삼만리 = 死者와 生者의 거리

  파촉 = 귀촉도(의성어) 연상

  육날메투리 = 신 중에서 으뜸인 메투리(=미투리),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조선시대신발

  이냥 = 이대로 내처. 이 현상 그대로 > 요냥

  부질없는 = 아무 필요 없는

  지친 밤하늘 = 깊은 밤

  목이 젖은 새 = 목이 젖도록 우는 새

  피에 취한 새가 운다 = 피를 토하며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