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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 시

treepap 2011. 9. 25. 09:51

어느 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새겨진 시  중에서..... 옮겨 온 시

 

인생

                      송세헌

2박3일

어제 왔다

내일 간다네

 

어제는 갔고

내일은 마악 다가 오는데

오늘은 무얼 할꼬

 

어제와 내일

하늘과 땅 사이

모래시계 방석 위에서

 

 

나무를 심으면서

                                문 숙

 

사랑이란

나를 너만큼

파내는 일

 

그 자리에

너를

꾹 눌러 심는 일

 

들국화

            구상회

 

아무 앞에서나

제 속살 다 내놓고

목 밀어 활짝 웃네

 

반갑게 오는 사람

쓸쓸하게 가는 사람 보며

무심하게 피던 그는,

 

구름 한 떨기로 지워지는

가을, 그냥 못 보내고

함께 가슴 대자네.

 

어느 날

                   김상옥

 

구두를 새로 지어

딸에게 신겨 주고

 

저만치 가는 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한생애 사무치던 일도

저리 쉽게 가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