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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원리와 따로 노는 금리

treepap 2009. 4. 30. 09:04

요즘 돈값, 상식·원리 안 통한다 [중앙일보]

갑자기 뚝 떨어진 연체금리, 예금금리 추월한 적금금리
대기업보다 싸게 빌린 중기 … “정부 어설픈 개입 탓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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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물과 같다고 했다.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하고, 정해진다는 뜻이다. 떼일 위험이 있다 싶으면 높게 받고, 우량 고객에겐 낮게 받는다. 오래 빌리거나 맡겨둘수록 높은 금리가 적용된다. 또 연체를 하면 정상보다 훨씬 무거운 이자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상식과 원리가 비틀어져도 단단히 비틀어졌다. 은행 연체이자가 갑자기 타 금융권의 정상 대출 금리보다 낮아질 정도다. 금융시장이 출렁인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정부의 어설픈 개입 탓도 만만치 않다.

◆연체금리 바겐세일=22일부터 30일까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사람은 연체를 해도 벌칙성 금리를 물지 않아도 된다. 예컨대 국민이나 신한은행에서 연 8%로 신용대출을 쓰고 있는데 이자를 제때 내지 못했다고 하자. 예전 같으면 최대 연 21%의 연체이자율을 내야 한다. 그런데 22~30일에 같은 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연체를 하면 연체이자율은 최대 연 10.4%(8%+2.4%)가 된다. 제2금융권의 정상대출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22일 시행된 대부업법(대부업 등록과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 과정에서 빚어진 금융위원회의 실수 때문이다. 원래 금리가 연 25%를 초과하는 경우에만 연체이자율을 약정이자의 1.3배까지 받거나(은행), 약정이자에 12%포인트를 더할 수 있었다(기타 금융회사). 그러나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25%를 초과하는 경우’란 대목이 삭제되면서 모든 금융회사가 예전보다 낮은 연체이자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금융위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은 “법제처가 심사 과정에서 통보 없이 25% 규정을 뺐다”며 “법 시행 전에 이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금융위와 한국은행은 1일자로 삭제된 규정을 다시 넣어 연체이자율을 예전으로 되돌릴 계획이다. 결국 정부의 실수 덕분에 규정 공백 상태였던 기간에 돈을 빌린 사람은 이득을 보게 됐다. 그만큼 금융사들은 손실이 불가피해졌지만, 원인 제공자인 금융위에 법적 대응을 할 태세는 아니다.

◆금리의 역전=정기예금과 적금 가운데 어느 게 금리가 높을까.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적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2005년 2월 이후 정기예금 금리가 적금 금리보다 높아졌다. 적금 수요가 적립식 펀드로 빠져 나가자 은행들이 일정 기간 목돈을 예치하는 정기예금에 더 높은 금리를 적용한 까닭이다.

그러나 올 2월부터 적금의 평균 금리가 정기예금 평균 금리를 다시 추월했다. 실제로 1년제 기준의 경우 신한은행 민트적금의 금리는 최고 3.5%로, 파워맞춤정기예금(최대 3.25%)보다 금리가 높다.

신한은행 개인금융부 김영민 부부장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많아지면서 인기 정기예금의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짧아지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정기예금보다 중장기간 돈이 묶이는 적금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대출금리에서도 상식이 깨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금리 격차가 지난해 말부터 줄기 시작하더니 올 1월부터는 부도 위험이 큰 중소기업이 안전한 대기업보다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다. 이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보증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달의 경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신규 보증액은 약 4조원으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액(3조9000억원)보다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중소기업은 보증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반면 중견·대기업은 구조조정의 위험성 때문에 금리에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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